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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반게리오 : 파 (破)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카라 프로덕션
 득달같이 가서 보고왔습니다. 대전에선 한 개 스크린에서만 하는데 이삼십명 쯤이 들어온것 같더군요. 금요일 저녁 치고는 적은 수죠. 역시 아직 애니메이션은 소수의 마니아만 좋아하나봐요. 혹은 극장에서 본다는 인식이 선뜻 다가오지 않던가요. 

 소문대로 대단했습니다. 일단 퀄리티라는 입장에서도 말이죠. 작화나 편집은 물론이고 움직임이 대단했어요.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CG의 활용도 주목할만 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퀄리티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완성도를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반게리온(이하 에바)는 내용에 주목하게 됩니다. 처음 텔레비젼판으로 나왔을때부터 그랬죠. 여기서 먼저 짚을것이 이 새로운 극장판의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텔레비젼판이나 신 극장판의 첫 편 '서'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파'를 즐길 수 있는가. 에바를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다 '이거 재밌을까?'하고 선택해고 들어와서 본다면 만족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화면에 있어 놀라운 퀄리티임에도 불구하고 에바월드에 발을 디디지 않은 사람이 만족하긴 어려울것 같다는거죠. 이게 아마 최대의 단점일 겁니다. 

 그렇다면 에바를 어느정도(조금을 넘어선...) 아는 사람에게 '파'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놀라움! 어메이징! 환상적! 충격! 이런 수식어가 붙을만합니다. 제목의 파는 쉽게 말하면 기승전결 등에 해당되는 일본식 관용어인데 서(序)-파(破)-급(急) 으로 이뤄집니다. 일본의 전통예술에서 유래된 말이죠. 하지만 이런 의미 말고 순수하게 뜻 그대로의 '파'가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서'가 오리지널 텔레비젼 시리즈(이하 오리지널)나 구 극장판의 내용 축약에 10년의 세월이 가져다준 작화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다면(물론 더불어 떡밥을 화려하게 뿌려주었다면) '파'는 기존 시리즈를 완전히 해체하는 파격을 가져옵니다. 다시말해 에바월드에 속해있던 사람은 **가 저럴줄이야... 나의**는 저렇지 않아.. 어쩔꺼야 안노상! 뭐 이런 반응을 보일만큼의 변화를 주었다는거죠.

 이 소위 '리빌드'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구스 반 산트가 히치콕의 '싸이코'를 그대로 다시 찍었던 그런 뻘짓(구스 반 산트의 유일한 뻘짓이긴 하지만)을 저지르진 않습니다. 화면이 좋아졌으니까 다시 볼래? 의 사골우리기는 에바에선 충분히 우려냈던 일이기도 하구요. 무의미한 동어반복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도 아닙니다. 마치 완성되었던 레고 작품을 분해한 다음 다시 쌓는 그런 모습이에요. 물론 그 레고 블록들은 오리지널을 구성하던 블록이 90%이상 재사용됩니다. 그럼에도 뭔가 아주 다르게 쌓여지고 있어요. 그것이 온전히 드러난것이 바로 이 '파'입니다.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카라 프로덕션
  익스트림 무비 갤로그의 관련 포스팅 링크 - '에반게리온'탄생에서 새로운 부활까지 http://extmovie.com/zbxe/843804
                                   - 에반게리온: 서    http://extmovie.com/zbxe/879139
                                                              http://extmovie.com/zbxe/877033

 위의 포스팅을 참고 하시구요. 오리지널에 비해 사도들의 넘버가 뒤로 밀리거나 바뀌었습니다. 완전한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름과 넘버를 외울 필요는 없지만 중간에 빈 넘버가 생김으로서 최후의 순간에 무언가 새로운것이 등장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죠. 물론 CG기술의 발달 덕을 많이 본 것일겝니다.
 그리고 감독은 새로 만드는김에 이전에 아쉬웠던 점을 많이 채운것 같아요. 서에서 새로운 전투씬도 매우 화려해지고 정교해졌지만 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도쿄시의 묘사입니다. 배경이 매우 정교하고 특히 땅속에서 사라졌다 솟아오르는 건물들의 모습등도 매우 효과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관람을 원하시고 스포일을 피하시려면 아래 빨간 안경 소녀 사진 밑으로...)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파'의 파격은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세계관의 변형입니다. 더이상 신지의 나약한 내면에 침잠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이제 좀 더 적극적이고 심지어 이성적인 사랑도 적극적으로 다룹니다. ******스포일러 주의 : 다음 나오는 ******표시까지 넘기세요.  심지어 서드임펙트의 활성이 타인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 주인공의 내면에서 자아가 붕괴되면서 일어나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레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활성의 이유가 됩니다. 물론 그리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스톱시키고 마지막 급+? 이라는 완결편이 어떻게 나갈지 궁금하게 만드는 마지막 씬이 있습니다만.... ************

 심지어 '서'만 본 사람들은 알 수 없을 수준의 내용에서는 변화가 상당히 심합니다. 새롭게 느부갓네살의 열쇠가 등장하고 달 표면에 기존의 릴리스와 비슷한 또 다른 존재가 보입니다. 네르프 지하의 릴리스의 가면이 바뀌었고 거대화레이는 사도에게 흡수당한 0호기에서 이미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사해문서의 '외경'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느부갓네살은 유대(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왕이죠. 그는 유대민족을 바빌론으로 강제로 끌고갑니다. 소위 말하는 바빌론유수이죠. 즉 이 땅에서 저 땅으로 끌고가는 자이죠. (메트릭스에서 모피어스 선장의 배가 느부갓네살-영어발음으로 네부카드네자르- 였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임펙트의 촉발제가 되는 어떤 중요한 존재일까요?

 캐릭터는 매우 흥미롭게 변했습니다.
*** 다시 스포일러 주의. 아래 사진 전까지. 하지만 감상엔 관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
 아스카는 독불장군을 많이 버렸어요. 오리지널에서 내면에서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을망정 끝까지 자의식 충만이었던 아스카가 대놓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즐거워졌다고 말합니다. 레이는 상당히 많이 바뀌었음을 느껴요. 신지와 사령관의 사이를 화해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나서는 에피소드가 섞여있을 정도입니다! 레이에 대해서 만큼은 직접 보시기를 권합니다. 카오루도 굉장히 달라져있는데 이건 마지막 급+?이 나와야 이야기가 될 것이니 지금은 말하기 어렵습니다. 아 잘 알려져있듯 아스카의 성이 바뀌었습니다. 소류에서 시카나미로요. 소류는 항공모함 이름에서 따서 썼다고 알려졌는데 구축함 이름들로 정리되었어요. 아야나미(기존의 레이는 그대로) 시카나미 (아스카의 새로운 성) 마키나미(새로운 캐릭터 마리 일러스트리어스)

 무엇보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마리입니다. 아스카의 전투본능에 싸우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반 애니메이션의 클리세를 섞은듯한 이 캐릭터는 다음 극장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매우 흥미롭습니다.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확실한것을 알 수는 없지만 계획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있는듯 하고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화려한 액션에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을 할 것 같아요. 정말 궁금해집니다.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카라 프로덕션
 몇가지 트라비아로 끝맺음을 할까요. 어차피 에바 자체의 이야기를 할려면 한 두개의 포스팅으로도 모자르고...신 극장판 이야기도 마지막편이 나오기 전까지는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익스트림 무비 블로그의 '파'관련 포스팅 참고 - 안노 히데아키의 '에반게리온:파 http://extmovie.com/zbxe/1996175
                                                              에반게리온:파 특집 http://extmovie.com/zbxe/1733637
 에바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큽니다. 철인28호나 마징가 등으로 대표되는 슈퍼로봇에서 로봇물이 출발하였다면 건담은 '리얼로봇'의 세계를 열었다고 하죠. 실제 미래에 있을법한 설정(물론 하드한 SF까지는 아닙니다만)으로 구성했죠. 에바는 새로운 일종의 하이브리드입니다. 생체형 로봇이라고 할까요. 분명 새로운 형태이지만 직계후손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봇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수 있도록 문을 연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제 건담계열은 지겹잖아? 그만하자..라는 개념을 심어줬다고 할 수 있을거에요.

 오리지널과 구 극장판을 만든 가이낙스는 흥미로운 제작사입니다. 오타쿠들이 직접 오타쿠들을 위해 오타쿠스러운 작품을 만든다면 가이낙스일거라고 할 정도죠. 물론 대중을 대상으로한 작품을 만들기때문에 무슨 동인지스러운 괴상한 것을 만드는건 아닙니다. 에바의 감독 안노 히데야키는 그 부인(만화가입니다.)이 오타쿠 영화감독과 사는 법을 주제로 코믹을 그렸을만큼 별난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가이낙스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만들었다면 인식이 좀 달라질려나요. 그러다가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를 만들었다면 역시 오타쿠들인가...하고 또 인식이 달라질지도...
 참고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투자자들을 모집해 제작위원회를 만드는 방식을 대중화시킨게 가이낙스의 에바 제작이었습니다. 에바의 공식 제작사는 가이낙스라기 보다 에반게리온 제작위원회였죠. 근데 감독(정확히 총감독)안노 히데야키는 신 극장판을 만들면서 꺼꾸로 전담 프로덕션을 따로 만들었어요. '카라'라고 말이죠. 시대에 따라 뻔하게 행동하는걸 싫어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신 극장판의 엔딩송은 우타다 히카루가 불렀죠. 뷰티플 월드입니다. '서'에서 나왔고 그녀의 앨범에 실렸던 버전에 비해 묘한 매력의 새버젼이 '파'에서 나옵니다. 더불어 크래딧이 모두 올라간 다음에 쿠키 수준을 벗어난 놀라운 장면이 있으니 반드시 필견이구요. 이번에도 역시 오리지널 마지막 예고편을 그대로 본따서 만든 마지막편에 대한 예고편이 들어있습니다.

 새 캐릭터 마리의 성우는 사카모토 마야입니다. 우오오오오....무려 그 마야란 말입니다. 전 사실 이거 하나로도 극장에 갔을수도 있어요. 애니메이션 음악의 여왕 칸노 요코의 페르소나. 칸노 요코의 목소리가 되어서 노래를 부르던 그 성우 사카모토 마야라구요. 데뷔부터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의 히로인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가수나 라디오DJ를 병행하면서 성우로서는 단역급으로만 많이 나왔었죠. 그 와중에 공각기동대의 소녀의체 모코토(물론 몇 마디밖에 안하지만)목소리도 맡았었고  화제작 라제폰에서는 꽤 비중도 높고 했었지만 에바에 출연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전 마야의 노래와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솔직히 성우로서보다 가수로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아무튼 저로서는 충격과 흡족함이라는 미묘한 감정의 결합을 느끼고 왔습니다. 마지막편이 너무너무 기다려집니다만 마음이 가라앉고 인내심까지 발휘할 쯤에야 개봉하겠죠. 그 전에 오리지널판 등의 정리나 해볼까요. 물론 저의 게으름은 언제 하게될지 아득하게 만들지만요. 그럼 이만 총총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카라 프로덕션

by catinboo | 2009/12/05 01:27 | 내 눈에 보이는 것 | 트랙백 | 덧글(2)

[영화]2012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Centropolis Entertainment
 2012를 봤습니다. 솔직히 이게 보고싶다기 보다는 다른것보다 이걸 보자는 생각에 가까웠어요.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에서 느끼는 손바리오그라듬은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독일출신이고 헐리웃에 건너가 작업하는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찬양은 뜨겁다 못해 아찔하죠. 아니 미국찬양인건 상관없어요. 미국영화니까. 문제는 평범한 소시민이 휴머니티의 대명사가 되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그 영웅주의요. 아우~ 인디펜던스 데이가 그랬고 고질라가 그랬어요. 패트리어트-숲속의 여우는 아예 미국독립전쟁을 그렸으니 넘어가고 투모로우는 심하게 미국적인 가족애를 그렸지만 다른 작품보단 나았습니다. 2012가 인디펜던스 데이급이라는 사전경고를 들었지만 어느정도 적응할 수 있겠거니 하고 갔습니다. (솔직히 SF소설의 걸장 파운데이션을 영화화하는데 감독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절망중입니다만...)

 서론이 길었군요. 먼저 엄청나게 긴 영화입니다. 157분이니까요. 이야기는 엄청나게 단순합니다. 스포일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어떤 재난에도 죽지않는 불사신 다섯명의 이야기니까요. 스토리를 넘어서 영화의 메시지는 돈을 어설프게 벌지 말고 10억유로쯤 벌어놓아라. 아니면 그냥 마음을 버리고 깨끗히 생을 마감하라였습니다. 
 
 세상에 둘도없는 악담으로 쉣무비를 남발하려나 싶죠? 칭찬은 분명히 있고 이 영화의 가치는 그것으로 꽤 큽니다. 3D와 다른 방향에서의 CG 그러니까 실사의 효과로서의 CG라는 의미에서 기술적 축척의 결정을 보여줬다는겁니다. 메트릭스 시리즈 같은 경우는 오히려 CG보다 카메라 워크나 편집의 리듬감이라는 효과가 더 컸다고 봐요. 타이타닉의 거대한 파도와 좌초하는 배? 여기도 있습니다. 퍼펙트 스톰에서의 실물같던 파도와 바다? 여기에도 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의 건물 폭파와 UFO(혹은 그에 준하는 인공물)? 에기에도 있습니다. 볼케이노와 단테스 파크에서의 화산과 용암? 용암은 팽개치고 아예 화산 폭파를 보여줍니다. 투모로우의 스케일? 조금 더 오버시켰죠. 또 뭐가 있을까....

 트랜스포머와는 다릅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다를 수도 있지만 로봇캐릭터보다 자연을 모방하는게 더 힘들지 않을가 싶어요. 일단 움직임의 변수가 너무 많죠. 뭐가 낫다는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튼 2012는 cg의 향연인건 사실일겝니다. 그래서 굳이 스크린으로 봤구요.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Centropolis Entertainment
  안타까운건 심각할 정도로 이게 다란겁니다. 서두에서 말한 미국찬양과 소시민 영웅주의의 낯간지러움은 넘어간다 쳐도 이야기 자체는 너무 빈약해서 종잇장보다 얇습니다. 영화를 왜 심각하게 봐 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설사 동의한다고 쳐도 이건 아니죠. 재미있기 위한 이야기라는것도 있잖아요. 가령 본 얼티메이텀의 액션씬이 멋있다고 해서 10분에 한번씩 액션씬만 이어붙였다고 하면 그게 재밌겠어요? 
 
 감동코드도 사실 엄격하게 말하면 양보할 수 없을 지경이에요. 정의로운 과학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비밀을 알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데 슬퍼하다가 자기는 살 길 찾고 한 명이라도 더 태울 수 있지 않는가 분개하다가 자기 살 길 찾고 고작 어차피 돈 내고 배에 탈 수 있었던 특권층인데 배가 고장나서 못타는 사람들(과 배를 만든 인부들)을 태워주자는데 온 세계와 인류가 감동하는듯한 휴머니티를 설파합니다. 고작 그들 태우는데 선진국 8개국 정상들이 감동어린 동의를 하죠. 얄팍함을 넘어서 위악에 가까운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는건 정말 고개를 흔들 정도더군요.

 뭐 이 영화는 더 이야기할 것도 없고 덜 이야기한 것도 없습니다. 이게 다니까요. 메시지나 의미는 애시당초 기대도 안하시겠지만 스릴감 넘치는 이야기의 전개나 강렬한 흡입력도 포기하셔야 할거에요. 단시 CG의 향연. 향연뿐입니다. 하긴 저만해도 그걸 가지고 두시간 반을 버텼고 눈요기 잘 했다고 나왔으니까요. 추천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냥저냥 보실만은 할겁니다.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Centropolis Entertainment
 배우진은 꽤 공을 들였는데 연기력과 상관없어서 아쉽군요. 존 쿠샥은 은근히 스펙트럼이 넓은것 같아요. 콘에어에도 나오고 2012에도 나오고..블록버스터를 소화하면서 아이덴티티나 세렌디피티같이 헐리웃 영화지만 거대 제작비의 블록버스터는 아닌 영화에도 나오고 더 소규모 영화에도 나오고. 기본은 확실히 튼실한 배우죠. 아만다 피트는 이름값에 비해 놀랄정도로 이미지 없이 묻혀나왔고...텐디 뉴튼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미션임파서블 2에서만해도 히로인이었고 꽤 매력적이었는데 리딕연대기에서도 실망스럽더니 여기서도 별로군요. 사실 두 여배우는 전적으로 각본에서 캐릭터를 못만들어주어서이기도 합니다. 특히 탠디 뉴튼은 대통령의 딸로 살인으로 비밀을 은폐하려는 음모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는 중요한 자리에서 말 그대로 그냥 미끄러져 빠지고 위대한! 미국대통력으로서의 소명을 다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서도 밋밋하게 처리되고 슬픔 섞인 매력이 발산되는 부분에서도 놀라울정도로 썰렁했어요. 지금 말한 상황이 제대로 캐릭터에게 부여되었다면 주연 이상의 조연연기가 가능했을텐데요. 

 눈길을 끈건 악당이자면 악당인 칼 앤하우저 장관역의 올리버 프랫이었습니다. 몇 십만이라도 구하기 위해 나머지 인류 전체를 희생시킬 수 있는 원칙주의자이면서 그 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는 능숙한 행정관료라면 선악을 구별하기 힘든 멋진 악역이 가능했을텐데...사실 이것도 각본의 탓이 큽니다. 캐릭터가 부여되지 않으니 애매한 욕심꾸러기 정도에서 머물렀어요. 안타깝습니다. 이 배우 얼굴이 눈에 익은건 꽤 옛날 영화지만 로빈 윌리엄스가 나왔던 바이션테니얼 맨 때문입니다. 로봇인 로빈 윌리엄스가 인간과 같은 수준의 육체를 가지게 도와주는 괴짜 과학자로 나왔지요. 유일하게 로봇을 인간과 똑같이 취급하는 태연함때문에 첫인상부터 유별났던 캐릭터였어요. 그 전에 찰리 신과 키퍼 서덜런드, 크리스 오도널이 나왔던 삼총사에서 프로토스로 나왔던것도 기억납니다. 평범한것 같은데 묘하게 인상적인 얼굴이에요. (철가면이란 영화에서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말코비치 그리고 무려 제라르 드 파트듀가 연기한 그 삼총사 말구요. 심지어 여기서 철가면과 루이왕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죠...)

 롤랜드 에머리히가 언젠가는 이야기도 튼실하고 CG도 완벽한 근사한 상업영화를 만들까요? 그의 필모어그라피로 봐서는 별로 기대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2012에 대한 아주 냉혹한 평가는 놀이동산에서 움직임 있는 탑승기구에 타고 사방에 현실적인 화면이 펼쳐지는 그런 그 놀이기구 이상은 아니에요. 영화의 목표 자체가 이런 버츄얼 롤러코스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그러기엔 영화가 너무 길고 제작비가 너무 많다는 것이겠죠. 영 개운하지는 않네요. 그럼 이만 총총
 

by catinboo | 2009/12/01 00:28 | 내 눈에 보이는 것 | 트랙백 | 덧글(1)

[영화]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사진 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주)시네마서비스, 폴룩스 픽쳐스, CJ 엔터테인먼트

 백야행을 봤습니다. 미리 말하건대 저는 아직 드라마는 보지 않았고 소설은 대강만 봤습니다. 대강이란 말이 좀 애매하긴 한데 제 버릇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서서 보는 편이라 정독은 못했지만 대강 틀은 압니다. 이런 식으로 보다 느낌이 꽂힌 책을 사서 제대로 정독하는 습관이 있어요.

 각설하고 되도록이면 책하곤 상관없이 이야기하려 노력할지라도 원작과의 차이가 언급이 되겠죠. 원작을 우선순위에 두고 다르다는 그 자체를 단점 삼을 순 없겠지만 그 다른점이 좋은 선택이었는가는 영화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을 못미치는 성공이라고 하겠어요. 실패라곤 하지 않겠습니다. 

 관건은 신파(자체가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좀 그런 뉘앙스를 풍기게 되어버렸으니 좋게 말해 멜로라고 하죠...)냐 스릴러(아...적당한 장르구분이 어렵군요. 호러는 아니고 추리로도 애매하니 그냥 뭉게서 스릴러라고 하자면)냐 입니다. 이 영화? 멜로입니다. 그것도 완전한 판타지 멜로.

 그러니 스릴러식의 영화. 길게 풀어 말하자면 천박한 사회의 틈을 비집고 성장한 괴물같은 악마를 그려낸 건조한듯 하면서 무거운 영화를 기대했다면 최악의 졸작입니다. 원작팬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가 잡혀가는 초중반에 그런 방향성을 느끼고 기대했다면 중반부 이후에는 여지없이 무너지니까요. 거의 참사 수준으로 무너집니다.

 멜로? 멜로로서는 어느정도 성공입니다. 다만 취향을 좀 타겠군요. 비현실을 넘어 초현실적인 멜로니까요. 스포일이 아닌 수준의 줄거리 하나 노출할까요? 15년동안 한 여자만 바라보면서 기다려온 남자 이야깁니다. 멋지지요? 게다가 그 남자가 고수입니다. 아주 멋지지요. 그런데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는듯 하면서도 이용만 합니다. 더 더욱 멋져지죠. 아 그 순정이라니...

 물론 살인이라는 소재가 걸리긴 하지만 원작 덕분에 죽어야 될 놈이라는 면죄부(물론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와 죽이기 싫은 대상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설정까지 받아놨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멜로로도 그닥 매끄럽지는 않아요. 좀 처연할 뿐이고 독특한 사랑이야기일 뿐이죠. 그걸로 충분하시다면 이어지는 포스팅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반적인 영화 짜임새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요. 중간에 지루하긴 하지만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감안하면 최악은 아니고 영화가 흘러가는 리듬감이 서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짜임새는 중간 이상은 합니다. 저도 굳이 엄지손가락을 내리진 않을것이고 대부분 꽤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 스포일러 들어갑니다. 원작이 서점에 널린 상태서 뭐 큰 상관은 없겠죠. 영화 보시는데 큰 상관은 없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조금만 미리 알고가도 불편하시면 넘기시길 바랍니다. ***********************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주)시네마서비스, 폴룩스 픽쳐스, CJ 엔터테인먼트
 서두에 말했지만...이 영화를 단순한 멜로가 아닌 영화로 보자면 사실 실망의 연속입니다. 원작을 압축도 못했고 이해도 너무 생뚱맞으며 디테일도 엉망입니다. 영화 전체가 쉣무비는 아니지만 외양은 어느정도 안정되어 있는데 단점이 자꾸 드러나서 안타깝습니다. 사실 단점은 애매하게 모자른 몇 퍼센트 정도겠지만, 그래서 전반적으로 엉망인 영화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자꾸 부족하게 느껴지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저같은 관객은 15년을 기다리는 순수한 사랑을 품고 사기와 살인을 저지르는 젊은 커플 이야기같은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도덕적 순수론자도 아니고 오히려 기괴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영화는 자꾸 그 남녀커플을 이해시킬려고 하고 포장하려고 하니까 그 충돌이 몸을 근질거리게 해요. 더군다나 그런데 함몰되지 않고 훨씬 근사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원작임에도 이렇게밖에 못했다는건 근본적으로 작가과 감독의 역량 미달입니다. 그럴꺼면 왜 굳이 원작을 씁니까?

 물론 각색은 새로운 창조행위인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각본이 원작의 뼈대를 잘못 뽑아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캐릭터라도 펄펄 살아있었다면 좋겠지만 캐릭터가 완전히 죽어버렸으니가 문제죠.

 영화의 미호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밋밋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주변 모든 사람과 상황을 완벽히 장악하는 철두철미하며 무시무시한 악마성을 내면에 지닌 여주인공이던가요? 백야행의 의미처럼 태양 아래 서있지만 어둠에 잠식되어있는 모습이 보이던가요? 방해되는 사람을 청부업자에게 부탁하고 자기는 돈많은 사람과 잠자리자서 돈 욹어낸 여자정도입니다. 그 과정이 너무 밋밋해서 한숨이 나올 정도죠. 영화에서 미호는 자기 자신의 확고한 의지라기 보다는 기생충에 가깝습니다. 훌륭한 스릴러나 팜므파탈이 등장한 영화를 한 두 편만 보았다면 이 캐릭터가 얼마나 얄팍한가는 금방 알 수 있어요.

 더 나쁜건 요한입니다. 술집 기둥서방하면서 살인이나 저지르는...오직 미호를 위해서야 라는 (위에서도 말한)정신병걸린 흑기사 외 요한에게 부여된건 아무것도 없어요. 스스로가 아닌 상황에 이끌려가는 괴로움 정도의 클리세는 부여되어 있지만 '슬픈 왕자님'정도 외에는 이입되지 않아요. 

 원작에 비해 형편없는건 물론이고 그냥 영화만 봐도 그리 좋은 캐릭터는 아닙니다. 그가 왜 백야에만 걷습니까? 카페에서 아파트에서 언제나 쳐다볼 수 있는데. 아니 그렇게 가까이서 맴돌면서 뭐 15년씩 기다려야 한다고 울고불고 슬퍼합니까? 섹스를 못해서? 항상 너의 곁에는 있지만 네 손을 잡아보진 못했어. 뭐 이런것이 그 거창한 '15년'과 하얀 어둠인가요? 디테일도 엉망입니다. 할리퀸류의 판타지 연얘소설의 설정 정도로는 괜찮겠죠.

 각본과 감독은 원작에 대해 미안했던지 술집 양아치를 간단하게 처리하는 '기도'같은 모습도 집어넣어주었지만 오히려 생뚱맞은 부작용만 일으켰습니다. 요한이 아닌 원작의 료지라면 이런 멍청한 '청부업자'라면 모독을 느꼈을지도 몰라요. 남자주인공은 완벽히 어둠속으로 침짐한 인물입니다. 태양아래 서있는 유키호는 그에게 선망입니다. 단순한 애정이 아니죠. 거의 또다른 자아에 가깝습니다. 어둠속에 숨어서 태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고 태양에 서있기를 바라는 자신의 욕구에 대한 화신으로 여자를 봅니다. 하지만 둘 다 실제로는 어둠에 속해있는 즉 백야에 있는 사람들이죠. 하얀 어둠속에서 진짜 태양아래로 나가고 싶어하지만 이미 그들은 어둠에 빠져버렸어요. 더군다나 그들에게 다가가거나 알려고 하면 죽는다니 얼마나 무시무시합니까.

 고수는 연기할 꺼리 자체가 별로 없기도 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부여되지도 못했습니다. 책을 읽었다면 태양을 의미한다는걸 알게될 종이오리기나 주구장창 하고 있구요 그냥 범죄자입니다.

 배우...손예진이 왜 그렇게 남성팬이 많은지 저는 별로 공감하지 못하지만 딱 중간은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감명깊은 연기였다는 일부 평들에 손발이 오그라들곤 하는데 그녀의 필모그라피도 뭐 그닥 인상깊은게 없고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그녀를 옹호하자면 그녀의 능력을 뛰어넘는 캐릭터였다는 것 혹은 감독이 제대로 캐릭터를 잡아주지 못했다는 것이겠죠.

 이 캐릭터는 '가식'수준으로 연기해서 성공할 수 없어요. 감독, 각본이 비록 캐릭터를 이상하게 바꾸어놓긴 했어도 겉과 속이 다르다는 기본 전제는 유지되기 때문에 그것만 무시무시하게 표현했어도 감독이 저지른 실수를 배우가 만회해준 경우가 되었겠지만 그정도의 수준은 손예진에겐 무리였을겁니다. 특히 영화 전반적인 그녀의 그 억양, 말투가 연기였다고 해도 문제고 연기가 아닌 그녀의 말투(..여기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만..)였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이 상냥함이 가식이라는건 '가식적'으로 연기해서 얻어지는게 아니라 거의 몸 전체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로 연기해야 하는 거죠.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좌지우지하는 수준이라면 겉은 완벽해야 하고 소스라치게 만드는 짧은 순간에 내면을 표출하거나 캐릭터 자체의 아우라를 풍기거나 해야했습니다.

 오죽하면 '맞아요 저 사실 살인자의 딸이며 어쩌구'병원에서 고백하고 회장이 '결혼하자'고 받아치자 관객이 전부 웃었겠어요. 거두절미한 대사의 아귀때문에? 겉으로는 그렇겠죠. 당황해하는 딸과 비서때문에? 그것도 한 요소겠죠. 하지만 근본적으론 남자가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압도적인 힘으로 설득시키는 표출이 없는 그냥 '청승'에 넘어가버린게 쌩뚱맞아서였다고 해야 맞습니다. 뭐 부족한 연기의 예는 수도없습니다만.

 이민영은 정말 아쉽더군요. 지금 텔레비젼에서 나오고 있는 드라마의 천연덕스러움의 반 정도라도 발휘되었으면 좋았을텐데..물론 유능하고 냉정하면서 치밀한 비서라는 캐릭터와 지금 드라마의 캐릭터와 너무 다르긴 하지만 거의 국어책연기였어요. 기본적으로 비서실장이고 그런 뒷조사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배역에 비해 너무 어렸구요. 어린배우 선호의 폐해가 여기에서도 드러납니다만 이민영의 커리어에 그닥 도움이 되지는 못할 듯 합니다. 

 뭐 대강 이랬습니다. 흥행이란 측면에서 뒷힘이 완전히 무너질 정도의 영화는 아니고 여전히 블로그들에서 호평도 많이 양산될만한 영화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단점이 눈에 드러나기 시작하면 그닥 좋은 영화로 기억되진 않을듯 싶습니다. 멜로에 왕자님컴플렉스에 청순미인이라는 것들을 부여잡고 적당한 수준의 짜임새의 영화라면 무난하겠죠. 딱 그냥 그정도였습니다. 원작팬에겐 권하지 않을테고 일본 드라마를 본 분에겐 적당한 비교꺼리를 삼으라고 말할것 같네요. 그럼 이만 총총

 뱀다리 하나 : 디테일과 치밀함이 떨어지는건 너무 많아서 일부러 이야기를 안했지만...그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백조의 호수가 녹음된 테이프는 그래서 뭐 어쨌다는거죠? 그리고 뭐 오디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포터블기기로 녹음하고 있었던건가...음악 녹음하다 '아이 엄마..'어쩌구와 사이렌소리가 왜 같이 녹음되는건지...참....
              둘 : 그래서 완벽한 범죄의 신출귀몰한 남자 주인공은 기대하지 마세요. 
              

by catinboo | 2009/11/24 00:38 | 내 눈에 보이는 것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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