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6일
[영화]가메라 3 : 사신 이리스의 역습 - ガメラ3 邪神<イリス>覺醒

토요일날 메가박스에서 하는 일본 영화제를 갔었습니다. 토요일 시간이 나서이기도 하지만 순전히 가메라 때문에 갔어요. 영화도 가메라 보기 전에 스랙커즈라는 심플한 자주영화(인디영화) 한 편만 보았습니다. 마음같아서는 가메라 시리즈 세 편을 모두 보고 싶었지만 지방사는 저로서는 여의치 않았고 다행히 가장 잘 만들었다는 3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메라따위? 글쎄요. 아니 가메라를 모르시는 분도 많으실테니 (일본판)고지라 류의 특촬물 그런거따위? 그래도 모르신다면 CG가 아닌 사람이 특수제작한 슈트를 입고 괴물을 연기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더 쉽게? 울트라맨 뭐 그런거요.
삼십대 이후 영화광들이 지겹게 이야기하는 '괴수대박과'류의 이야기는 짧게만 하죠. 영화 자체는 일본것이라 들어오지도 못하던 시대에 (아마도 얇팍한 상술로) 일본의 괴수영화들의 사진과 정보를 집약한 쪼그만 책자들이 대유행했었죠. 고지라, 메카고지라, 킹가도라 뭐 무지하게 많습니다. 이런 책들을 보면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이런 괴수물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어요. 웃기게도 영화가 아닌 책에 의해서이지만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만으로 모든걸 설명하기엔 괴수영화들이 너무 억울합니다. 헐리웃에서 단순히 '거대 괴물'이라는 이유로 고지라를 리메이크해서 (사실 저작권만 사고 완전히 각색했지만) 고질라를 만들었을까요? 킹콩은 왜 피터 잭슨같은 감독까지 매료시켜 리메이크를 내놓게 했을까요. 그건 '영화는 환상의 재현'이라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주제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절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그 어떤것. 그 대표적인것이 괴물, 괴수이죠. 신화를 소재로 삼은 '타이탄족의 최후'같은 영화나 원시시대를 그린 헐리웃 고전들까지 생각해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수영화 특히 일본 괴수영화에 대한 하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컴퓨터 그래픽과 충실한 재현감이 무조건 우선이 될 때 고무슈트를 입고 어기적거리는 모습은 혹은 비현실적인 괴수의 모습은 '어린이용'이라고 치부해버리기 쉬우니까요. 물론 상당수의 영화가 거기에 속합니다. 하지만 종종 그런 '수준'을 뛰어넘는 영화가 나오죠.
평성(헤이세이)가메라 시리즈는 그 뛰어넘는 영화를 대표하는 시리즈입니다. 아키히토 일왕이 재위한 1989년을 기준으로 삼는 헤이세이는 그러니까 그 이전 과거 영화와 다른 1900년대 후반의 영화라는 의미를 가지죠. (초기 고지라는 흑백입니다.)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이 시대에 과감히 만든 괴수영화란거죠. 무모할수도 있는 도전은 상당한 작품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어요. 특히 가메라3편은 마니아들 사이에 상당한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자....서설이 길었던 이유는 영화 이야기를 읽으시면서 너무 가볍게 무시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기도 합니다. 설정에서 말이죠.
가메라는 거북이와 비슷한 괴수입니다. 탄생에 대해서는 고대문명까지 거슬러올라가면서 복잡해집니다만...어쨌든 빌딩만큼 크고 입으로 불길을 내뿜으며 팔다리 구멍으로(거북이니까...팔다리 나오는 구멍) 제트분사를 하면서 하늘을 날수도 있습니다. 인간이란 생명이 더럽히는 지구때문에 출현하는 각종 괴수들과 싸우죠. 쉽게 말하면 인간의 편입니다.
하지만 그 '인간의 편'이라는 주제를 비틈에서부터 뭔가 다른 영화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본질적으로 헐리웃 영화와 완전히 달라져요. 고질라에서 고질라때문에 직접 사람이 죽는거 보이던가요? 가메라(이하는 3편만을 말함)에서는 많이 나옵니다.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편이라는 가메라지만 이 녀석이 한 번 움직일때마다, 싸울때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빌딩만한 두 괴물이 싸우는데 어쩔 수 없죠. 히어로? 미국식 사고방식의 히어로는 전혀 아닙니다. 물리쳐야 하는 적대적인 괴물? 그것도 아닙니다. 가메라가 없으면 인간은 모두 죽어요. 가메라가 대신 싸워주는 덕분에 피해가 줄어들 뿐이죠.
심지어 이 3편에서는 이 주제가 전면적으로 부상합니다. 여주인공은 가메라의 싸움때문에 부모를 잃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무조건 가메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주인공의 증오는 더 심합니다. 그리고는 우연히 시골의 일종의 신전에 봉인된 괴수의 알을 깨우게 되고 그 괴수가 인간을 멸망시킬 위험한 놈으로 고대부터 봉인한 것임에도 가메라와 상극임을 깨닫는 순간 키우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굉장히 흥미롭지 않아요? 이게 1999년 작품이란 말입니다. 무슨 거대한 철학적 담론을 지닌건 아니지만 헐리웃 영화와는 다른 그 이질성도 참신하고 설정-내용뿐 아니라 특촬물(서두에서 말한 직접 슈트를 입고 찍은 영화들)이라는 영화 자체도 그렇고..게다가 재미도 있단거죠.
영화 자체로도 근사합니다. 방금 말했듯 99년 작품인데 효과가 굉장히 좋아요. CG로 만든 이리스는 지금 감각으론 조금 어색하지만 이 괴수들이 도시를 짓밟는 파괴씬은 굉장합니다. 쿄토를 아주 쑥대밭으로 만드는데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는 JR 즉 기차역은 유리와 철골로 만든 굉장히 현대적인 건축인데 그것을 파괴하는 씬이 아주 멋드러집니다. 그것도 아날로그적인 효과로 이런 퀄리티를 뽑았다는게 경이로와요. 자꾸 비교하게 되는 헐리웃판 '고질라'가 98년 작품인데 솔직히 훨씬 낫습니다. 도시를 휘저을때 고질라의 효과는 좋았지만 성냥갑같던 빌딩들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괴수영화의 본질이 엄청난 위력과 박진감의 파괴씬이라고 할 때 아주 충실한 영화입니다.
배우, 감독에 대한 트라비아를 조금 드리죠. 감독이 직접 내한해서 무대인사를 하고 상영후 대담회도 가졌는데 카네코 슈스케라는 이 감독은 필모어그라피가 재밌어요. 잠깐 언급했듯이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을 모두 찍었고 데스노트 두 편을 감독하기도 했습니다. 우에토 아야의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2도 찍었네요. 이 감독 역시 낫캇츠 로망포르노에서 부터 공력을 쌓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여주인공을 맡은 나카야마 시노부, 후지타니 아야코 는 모두 가메라를 계속 같이 찍은 배우들이구요. 특히 후지타니 아야코는 전편에서 가메라와 모종의 정신적 교감이 있는 사람으로 나왔죠. 3편에서는 조연에 가깝습니다만. 그리고 이 배우 봉준호, 미셀 공드리, 레오 까락스가 연작으로 찍은 '도쿄!'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습니다. 나카야마 시노부는 영화 내내 얼굴이 눈에 익었다 싶었는데 이연걸의 정무문에서 일본인 애인으로 나왔었네요. 뭐 암튼 연기도 나쁘지 않았어요.
3편의 히로인은 마에다 아이 입니다. 바로 기억하신다면 일본 영화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분이실텐데 베틀 로얄 1, 2편의 그 여주인공입니다. 베틀 로얄보다 더 어릴때의 모습인데 갓 사춘기에 접어든 풋풋한 모습으로 나오더군요. 이 중학교(고등학교?) 나이가 자신이 생각하는 눈앞의 일에만 치중하고 넓게 볼 줄 모르는 시기죠. 무조건 부모님이 죽게 된 원흉이라는 증오로 가메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수 있는 악마를 키우는 소녀의 역할을 멋드러지게 해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이리스에 융합되어 죽을것이라는것도 각오한채 말이죠. 뭐 물론...끝에는 정신(...)을 차립니다만.
1, 2편을 못본게 아쉽군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영화인데. 아무튼 이번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덕분에 즐거운 구경을 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무슨 구로사와 아키라같은 거장의 영화 뭐 그런게 아니라 얄팍하지만 참신한 자주영화와 이 가메라 시리즈였던게 인상적이었어요. 기분 좋은 관람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뱀다리 하나 : 영화블로그 익스트림 무비 블로그에 실린 글을 링크합니다. 가메라3에 대한 소개는 http://extmovie.com/zbxe/841851 가 있고 우리 영화 차우를 만든 신정원 감독의 가메라 3부작 리뷰는 http://extmovie.com/zbxe/1974275 입니다. 좋은 읽을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틸 사진 자료도 많구요.
둘 : 원제목을 번역하자면 사신 이리스의 각성이 맞습니다. 영화 내용도 이리스의 '역습'은 좀 아니죠. 왜 국내번역제목을 이렇게 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한 두번도 아니긴 하지만...아무튼 원제목도 그리고 내용과의 연계도 ...이리스의 각성에 가깝습니다.
셋 : 영화보기 전에 약속해놓고 바람맞힌 모양....이 녀석을 어떻게 구워삶을까나...
# by | 2009/11/16 23:45 | 내 눈에 보이는 것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