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05일
[영화]에반게리오 : 파 (破)

득달같이 가서 보고왔습니다. 대전에선 한 개 스크린에서만 하는데 이삼십명 쯤이 들어온것 같더군요. 금요일 저녁 치고는 적은 수죠. 역시 아직 애니메이션은 소수의 마니아만 좋아하나봐요. 혹은 극장에서 본다는 인식이 선뜻 다가오지 않던가요.
소문대로 대단했습니다. 일단 퀄리티라는 입장에서도 말이죠. 작화나 편집은 물론이고 움직임이 대단했어요.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CG의 활용도 주목할만 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퀄리티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완성도를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반게리온(이하 에바)는 내용에 주목하게 됩니다. 처음 텔레비젼판으로 나왔을때부터 그랬죠. 여기서 먼저 짚을것이 이 새로운 극장판의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텔레비젼판이나 신 극장판의 첫 편 '서'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파'를 즐길 수 있는가. 에바를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다 '이거 재밌을까?'하고 선택해고 들어와서 본다면 만족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화면에 있어 놀라운 퀄리티임에도 불구하고 에바월드에 발을 디디지 않은 사람이 만족하긴 어려울것 같다는거죠. 이게 아마 최대의 단점일 겁니다.
그렇다면 에바를 어느정도(조금을 넘어선...) 아는 사람에게 '파'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놀라움! 어메이징! 환상적! 충격! 이런 수식어가 붙을만합니다. 제목의 파는 쉽게 말하면 기승전결 등에 해당되는 일본식 관용어인데 서(序)-파(破)-급(急) 으로 이뤄집니다. 일본의 전통예술에서 유래된 말이죠. 하지만 이런 의미 말고 순수하게 뜻 그대로의 '파'가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서'가 오리지널 텔레비젼 시리즈(이하 오리지널)나 구 극장판의 내용 축약에 10년의 세월이 가져다준 작화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다면(물론 더불어 떡밥을 화려하게 뿌려주었다면) '파'는 기존 시리즈를 완전히 해체하는 파격을 가져옵니다. 다시말해 에바월드에 속해있던 사람은 **가 저럴줄이야... 나의**는 저렇지 않아.. 어쩔꺼야 안노상! 뭐 이런 반응을 보일만큼의 변화를 주었다는거죠.
이 소위 '리빌드'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구스 반 산트가 히치콕의 '싸이코'를 그대로 다시 찍었던 그런 뻘짓(구스 반 산트의 유일한 뻘짓이긴 하지만)을 저지르진 않습니다. 화면이 좋아졌으니까 다시 볼래? 의 사골우리기는 에바에선 충분히 우려냈던 일이기도 하구요. 무의미한 동어반복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도 아닙니다. 마치 완성되었던 레고 작품을 분해한 다음 다시 쌓는 그런 모습이에요. 물론 그 레고 블록들은 오리지널을 구성하던 블록이 90%이상 재사용됩니다. 그럼에도 뭔가 아주 다르게 쌓여지고 있어요. 그것이 온전히 드러난것이 바로 이 '파'입니다.

익스트림 무비 갤로그의 관련 포스팅 링크 - '에반게리온'탄생에서 새로운 부활까지 http://extmovie.com/zbxe/843804
- 에반게리온: 서 http://extmovie.com/zbxe/879139
http://extmovie.com/zbxe/877033
위의 포스팅을 참고 하시구요. 오리지널에 비해 사도들의 넘버가 뒤로 밀리거나 바뀌었습니다. 완전한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름과 넘버를 외울 필요는 없지만 중간에 빈 넘버가 생김으로서 최후의 순간에 무언가 새로운것이 등장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죠. 물론 CG기술의 발달 덕을 많이 본 것일겝니다.
그리고 감독은 새로 만드는김에 이전에 아쉬웠던 점을 많이 채운것 같아요. 서에서 새로운 전투씬도 매우 화려해지고 정교해졌지만 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도쿄시의 묘사입니다. 배경이 매우 정교하고 특히 땅속에서 사라졌다 솟아오르는 건물들의 모습등도 매우 효과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관람을 원하시고 스포일을 피하시려면 아래 빨간 안경 소녀 사진 밑으로...)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파'의 파격은 위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세계관의 변형입니다. 더이상 신지의 나약한 내면에 침잠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이제 좀 더 적극적이고 심지어 이성적인 사랑도 적극적으로 다룹니다. ******스포일러 주의 : 다음 나오는 ******표시까지 넘기세요. 심지어 서드임펙트의 활성이 타인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 주인공의 내면에서 자아가 붕괴되면서 일어나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레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활성의 이유가 됩니다. 물론 그리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스톱시키고 마지막 급+? 이라는 완결편이 어떻게 나갈지 궁금하게 만드는 마지막 씬이 있습니다만.... ************
심지어 '서'만 본 사람들은 알 수 없을 수준의 내용에서는 변화가 상당히 심합니다. 새롭게 느부갓네살의 열쇠가 등장하고 달 표면에 기존의 릴리스와 비슷한 또 다른 존재가 보입니다. 네르프 지하의 릴리스의 가면이 바뀌었고 거대화레이는 사도에게 흡수당한 0호기에서 이미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사해문서의 '외경'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느부갓네살은 유대(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왕이죠. 그는 유대민족을 바빌론으로 강제로 끌고갑니다. 소위 말하는 바빌론유수이죠. 즉 이 땅에서 저 땅으로 끌고가는 자이죠. (메트릭스에서 모피어스 선장의 배가 느부갓네살-영어발음으로 네부카드네자르- 였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임펙트의 촉발제가 되는 어떤 중요한 존재일까요?
캐릭터는 매우 흥미롭게 변했습니다.
*** 다시 스포일러 주의. 아래 사진 전까지. 하지만 감상엔 관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
아스카는 독불장군을 많이 버렸어요. 오리지널에서 내면에서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을망정 끝까지 자의식 충만이었던 아스카가 대놓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즐거워졌다고 말합니다. 레이는 상당히 많이 바뀌었음을 느껴요. 신지와 사령관의 사이를 화해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나서는 에피소드가 섞여있을 정도입니다! 레이에 대해서 만큼은 직접 보시기를 권합니다. 카오루도 굉장히 달라져있는데 이건 마지막 급+?이 나와야 이야기가 될 것이니 지금은 말하기 어렵습니다. 아 잘 알려져있듯 아스카의 성이 바뀌었습니다. 소류에서 시카나미로요. 소류는 항공모함 이름에서 따서 썼다고 알려졌는데 구축함 이름들로 정리되었어요. 아야나미(기존의 레이는 그대로) 시카나미 (아스카의 새로운 성) 마키나미(새로운 캐릭터 마리 일러스트리어스)
무엇보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마리입니다. 아스카의 전투본능에 싸우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반 애니메이션의 클리세를 섞은듯한 이 캐릭터는 다음 극장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매우 흥미롭습니다.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확실한것을 알 수는 없지만 계획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있는듯 하고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화려한 액션에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을 할 것 같아요. 정말 궁금해집니다.

몇가지 트라비아로 끝맺음을 할까요. 어차피 에바 자체의 이야기를 할려면 한 두개의 포스팅으로도 모자르고...신 극장판 이야기도 마지막편이 나오기 전까지는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익스트림 무비 블로그의 '파'관련 포스팅 참고 - 안노 히데아키의 '에반게리온:파 http://extmovie.com/zbxe/1996175
에반게리온:파 특집 http://extmovie.com/zbxe/1733637
에바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큽니다. 철인28호나 마징가 등으로 대표되는 슈퍼로봇에서 로봇물이 출발하였다면 건담은 '리얼로봇'의 세계를 열었다고 하죠. 실제 미래에 있을법한 설정(물론 하드한 SF까지는 아닙니다만)으로 구성했죠. 에바는 새로운 일종의 하이브리드입니다. 생체형 로봇이라고 할까요. 분명 새로운 형태이지만 직계후손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봇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수 있도록 문을 연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제 건담계열은 지겹잖아? 그만하자..라는 개념을 심어줬다고 할 수 있을거에요.
오리지널과 구 극장판을 만든 가이낙스는 흥미로운 제작사입니다. 오타쿠들이 직접 오타쿠들을 위해 오타쿠스러운 작품을 만든다면 가이낙스일거라고 할 정도죠. 물론 대중을 대상으로한 작품을 만들기때문에 무슨 동인지스러운 괴상한 것을 만드는건 아닙니다. 에바의 감독 안노 히데야키는 그 부인(만화가입니다.)이 오타쿠 영화감독과 사는 법을 주제로 코믹을 그렸을만큼 별난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가이낙스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만들었다면 인식이 좀 달라질려나요. 그러다가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를 만들었다면 역시 오타쿠들인가...하고 또 인식이 달라질지도...
참고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투자자들을 모집해 제작위원회를 만드는 방식을 대중화시킨게 가이낙스의 에바 제작이었습니다. 에바의 공식 제작사는 가이낙스라기 보다 에반게리온 제작위원회였죠. 근데 감독(정확히 총감독)안노 히데야키는 신 극장판을 만들면서 꺼꾸로 전담 프로덕션을 따로 만들었어요. '카라'라고 말이죠. 시대에 따라 뻔하게 행동하는걸 싫어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신 극장판의 엔딩송은 우타다 히카루가 불렀죠. 뷰티플 월드입니다. '서'에서 나왔고 그녀의 앨범에 실렸던 버전에 비해 묘한 매력의 새버젼이 '파'에서 나옵니다. 더불어 크래딧이 모두 올라간 다음에 쿠키 수준을 벗어난 놀라운 장면이 있으니 반드시 필견이구요. 이번에도 역시 오리지널 마지막 예고편을 그대로 본따서 만든 마지막편에 대한 예고편이 들어있습니다.
새 캐릭터 마리의 성우는 사카모토 마야입니다. 우오오오오....무려 그 마야란 말입니다. 전 사실 이거 하나로도 극장에 갔을수도 있어요. 애니메이션 음악의 여왕 칸노 요코의 페르소나. 칸노 요코의 목소리가 되어서 노래를 부르던 그 성우 사카모토 마야라구요. 데뷔부터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의 히로인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가수나 라디오DJ를 병행하면서 성우로서는 단역급으로만 많이 나왔었죠. 그 와중에 공각기동대의 소녀의체 모코토(물론 몇 마디밖에 안하지만)목소리도 맡았었고 화제작 라제폰에서는 꽤 비중도 높고 했었지만 에바에 출연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전 마야의 노래와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솔직히 성우로서보다 가수로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아무튼 저로서는 충격과 흡족함이라는 미묘한 감정의 결합을 느끼고 왔습니다. 마지막편이 너무너무 기다려집니다만 마음이 가라앉고 인내심까지 발휘할 쯤에야 개봉하겠죠. 그 전에 오리지널판 등의 정리나 해볼까요. 물론 저의 게으름은 언제 하게될지 아득하게 만들지만요. 그럼 이만 총총

# by | 2009/12/05 01:27 | 내 눈에 보이는 것 | 트랙백 | 덧글(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