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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by catinboo

             사진 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주)시네마서비스, 폴룩스 픽쳐스, CJ 엔터테인먼트

 백야행을 봤습니다. 미리 말하건대 저는 아직 드라마는 보지 않았고 소설은 대강만 봤습니다. 대강이란 말이 좀 애매하긴 한데 제 버릇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서서 보는 편이라 정독은 못했지만 대강 틀은 압니다. 이런 식으로 보다 느낌이 꽂힌 책을 사서 제대로 정독하는 습관이 있어요.

 각설하고 되도록이면 책하곤 상관없이 이야기하려 노력할지라도 원작과의 차이가 언급이 되겠죠. 원작을 우선순위에 두고 다르다는 그 자체를 단점 삼을 순 없겠지만 그 다른점이 좋은 선택이었는가는 영화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을 못미치는 성공이라고 하겠어요. 실패라곤 하지 않겠습니다. 

 관건은 신파(자체가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좀 그런 뉘앙스를 풍기게 되어버렸으니 좋게 말해 멜로라고 하죠...)냐 스릴러(아...적당한 장르구분이 어렵군요. 호러는 아니고 추리로도 애매하니 그냥 뭉게서 스릴러라고 하자면)냐 입니다. 이 영화? 멜로입니다. 그것도 완전한 판타지 멜로.

 그러니 스릴러식의 영화. 길게 풀어 말하자면 천박한 사회의 틈을 비집고 성장한 괴물같은 악마를 그려낸 건조한듯 하면서 무거운 영화를 기대했다면 최악의 졸작입니다. 원작팬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가 잡혀가는 초중반에 그런 방향성을 느끼고 기대했다면 중반부 이후에는 여지없이 무너지니까요. 거의 참사 수준으로 무너집니다.

 멜로? 멜로로서는 어느정도 성공입니다. 다만 취향을 좀 타겠군요. 비현실을 넘어 초현실적인 멜로니까요. 스포일이 아닌 수준의 줄거리 하나 노출할까요? 15년동안 한 여자만 바라보면서 기다려온 남자 이야깁니다. 멋지지요? 게다가 그 남자가 고수입니다. 아주 멋지지요. 그런데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는듯 하면서도 이용만 합니다. 더 더욱 멋져지죠. 아 그 순정이라니...

 물론 살인이라는 소재가 걸리긴 하지만 원작 덕분에 죽어야 될 놈이라는 면죄부(물론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와 죽이기 싫은 대상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설정까지 받아놨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멜로로도 그닥 매끄럽지는 않아요. 좀 처연할 뿐이고 독특한 사랑이야기일 뿐이죠. 그걸로 충분하시다면 이어지는 포스팅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반적인 영화 짜임새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요. 중간에 지루하긴 하지만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감안하면 최악은 아니고 영화가 흘러가는 리듬감이 서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짜임새는 중간 이상은 합니다. 저도 굳이 엄지손가락을 내리진 않을것이고 대부분 꽤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 스포일러 들어갑니다. 원작이 서점에 널린 상태서 뭐 큰 상관은 없겠죠. 영화 보시는데 큰 상관은 없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조금만 미리 알고가도 불편하시면 넘기시길 바랍니다. ***********************
           사진출처 : 네이트 영화정보 저작권 : 주)시네마서비스, 폴룩스 픽쳐스, CJ 엔터테인먼트
 서두에 말했지만...이 영화를 단순한 멜로가 아닌 영화로 보자면 사실 실망의 연속입니다. 원작을 압축도 못했고 이해도 너무 생뚱맞으며 디테일도 엉망입니다. 영화 전체가 쉣무비는 아니지만 외양은 어느정도 안정되어 있는데 단점이 자꾸 드러나서 안타깝습니다. 사실 단점은 애매하게 모자른 몇 퍼센트 정도겠지만, 그래서 전반적으로 엉망인 영화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자꾸 부족하게 느껴지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저같은 관객은 15년을 기다리는 순수한 사랑을 품고 사기와 살인을 저지르는 젊은 커플 이야기같은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도덕적 순수론자도 아니고 오히려 기괴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영화는 자꾸 그 남녀커플을 이해시킬려고 하고 포장하려고 하니까 그 충돌이 몸을 근질거리게 해요. 더군다나 그런데 함몰되지 않고 훨씬 근사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원작임에도 이렇게밖에 못했다는건 근본적으로 작가과 감독의 역량 미달입니다. 그럴꺼면 왜 굳이 원작을 씁니까?

 물론 각색은 새로운 창조행위인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각본이 원작의 뼈대를 잘못 뽑아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캐릭터라도 펄펄 살아있었다면 좋겠지만 캐릭터가 완전히 죽어버렸으니가 문제죠.

 영화의 미호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밋밋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주변 모든 사람과 상황을 완벽히 장악하는 철두철미하며 무시무시한 악마성을 내면에 지닌 여주인공이던가요? 백야행의 의미처럼 태양 아래 서있지만 어둠에 잠식되어있는 모습이 보이던가요? 방해되는 사람을 청부업자에게 부탁하고 자기는 돈많은 사람과 잠자리자서 돈 욹어낸 여자정도입니다. 그 과정이 너무 밋밋해서 한숨이 나올 정도죠. 영화에서 미호는 자기 자신의 확고한 의지라기 보다는 기생충에 가깝습니다. 훌륭한 스릴러나 팜므파탈이 등장한 영화를 한 두 편만 보았다면 이 캐릭터가 얼마나 얄팍한가는 금방 알 수 있어요.

 더 나쁜건 요한입니다. 술집 기둥서방하면서 살인이나 저지르는...오직 미호를 위해서야 라는 (위에서도 말한)정신병걸린 흑기사 외 요한에게 부여된건 아무것도 없어요. 스스로가 아닌 상황에 이끌려가는 괴로움 정도의 클리세는 부여되어 있지만 '슬픈 왕자님'정도 외에는 이입되지 않아요. 

 원작에 비해 형편없는건 물론이고 그냥 영화만 봐도 그리 좋은 캐릭터는 아닙니다. 그가 왜 백야에만 걷습니까? 카페에서 아파트에서 언제나 쳐다볼 수 있는데. 아니 그렇게 가까이서 맴돌면서 뭐 15년씩 기다려야 한다고 울고불고 슬퍼합니까? 섹스를 못해서? 항상 너의 곁에는 있지만 네 손을 잡아보진 못했어. 뭐 이런것이 그 거창한 '15년'과 하얀 어둠인가요? 디테일도 엉망입니다. 할리퀸류의 판타지 연얘소설의 설정 정도로는 괜찮겠죠.

 각본과 감독은 원작에 대해 미안했던지 술집 양아치를 간단하게 처리하는 '기도'같은 모습도 집어넣어주었지만 오히려 생뚱맞은 부작용만 일으켰습니다. 요한이 아닌 원작의 료지라면 이런 멍청한 '청부업자'라면 모독을 느꼈을지도 몰라요. 남자주인공은 완벽히 어둠속으로 침짐한 인물입니다. 태양아래 서있는 유키호는 그에게 선망입니다. 단순한 애정이 아니죠. 거의 또다른 자아에 가깝습니다. 어둠속에 숨어서 태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고 태양에 서있기를 바라는 자신의 욕구에 대한 화신으로 여자를 봅니다. 하지만 둘 다 실제로는 어둠에 속해있는 즉 백야에 있는 사람들이죠. 하얀 어둠속에서 진짜 태양아래로 나가고 싶어하지만 이미 그들은 어둠에 빠져버렸어요. 더군다나 그들에게 다가가거나 알려고 하면 죽는다니 얼마나 무시무시합니까.

 고수는 연기할 꺼리 자체가 별로 없기도 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부여되지도 못했습니다. 책을 읽었다면 태양을 의미한다는걸 알게될 종이오리기나 주구장창 하고 있구요 그냥 범죄자입니다.

 배우...손예진이 왜 그렇게 남성팬이 많은지 저는 별로 공감하지 못하지만 딱 중간은 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감명깊은 연기였다는 일부 평들에 손발이 오그라들곤 하는데 그녀의 필모그라피도 뭐 그닥 인상깊은게 없고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그녀를 옹호하자면 그녀의 능력을 뛰어넘는 캐릭터였다는 것 혹은 감독이 제대로 캐릭터를 잡아주지 못했다는 것이겠죠.

 이 캐릭터는 '가식'수준으로 연기해서 성공할 수 없어요. 감독, 각본이 비록 캐릭터를 이상하게 바꾸어놓긴 했어도 겉과 속이 다르다는 기본 전제는 유지되기 때문에 그것만 무시무시하게 표현했어도 감독이 저지른 실수를 배우가 만회해준 경우가 되었겠지만 그정도의 수준은 손예진에겐 무리였을겁니다. 특히 영화 전반적인 그녀의 그 억양, 말투가 연기였다고 해도 문제고 연기가 아닌 그녀의 말투(..여기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만..)였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이 상냥함이 가식이라는건 '가식적'으로 연기해서 얻어지는게 아니라 거의 몸 전체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로 연기해야 하는 거죠.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좌지우지하는 수준이라면 겉은 완벽해야 하고 소스라치게 만드는 짧은 순간에 내면을 표출하거나 캐릭터 자체의 아우라를 풍기거나 해야했습니다.

 오죽하면 '맞아요 저 사실 살인자의 딸이며 어쩌구'병원에서 고백하고 회장이 '결혼하자'고 받아치자 관객이 전부 웃었겠어요. 거두절미한 대사의 아귀때문에? 겉으로는 그렇겠죠. 당황해하는 딸과 비서때문에? 그것도 한 요소겠죠. 하지만 근본적으론 남자가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압도적인 힘으로 설득시키는 표출이 없는 그냥 '청승'에 넘어가버린게 쌩뚱맞아서였다고 해야 맞습니다. 뭐 부족한 연기의 예는 수도없습니다만.

 이민영은 정말 아쉽더군요. 지금 텔레비젼에서 나오고 있는 드라마의 천연덕스러움의 반 정도라도 발휘되었으면 좋았을텐데..물론 유능하고 냉정하면서 치밀한 비서라는 캐릭터와 지금 드라마의 캐릭터와 너무 다르긴 하지만 거의 국어책연기였어요. 기본적으로 비서실장이고 그런 뒷조사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배역에 비해 너무 어렸구요. 어린배우 선호의 폐해가 여기에서도 드러납니다만 이민영의 커리어에 그닥 도움이 되지는 못할 듯 합니다. 

 뭐 대강 이랬습니다. 흥행이란 측면에서 뒷힘이 완전히 무너질 정도의 영화는 아니고 여전히 블로그들에서 호평도 많이 양산될만한 영화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단점이 눈에 드러나기 시작하면 그닥 좋은 영화로 기억되진 않을듯 싶습니다. 멜로에 왕자님컴플렉스에 청순미인이라는 것들을 부여잡고 적당한 수준의 짜임새의 영화라면 무난하겠죠. 딱 그냥 그정도였습니다. 원작팬에겐 권하지 않을테고 일본 드라마를 본 분에겐 적당한 비교꺼리를 삼으라고 말할것 같네요. 그럼 이만 총총

 뱀다리 하나 : 디테일과 치밀함이 떨어지는건 너무 많아서 일부러 이야기를 안했지만...그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백조의 호수가 녹음된 테이프는 그래서 뭐 어쨌다는거죠? 그리고 뭐 오디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포터블기기로 녹음하고 있었던건가...음악 녹음하다 '아이 엄마..'어쩌구와 사이렌소리가 왜 같이 녹음되는건지...참....
              둘 : 그래서 완벽한 범죄의 신출귀몰한 남자 주인공은 기대하지 마세요. 
              


덧글

  • 민희 2009/11/24 10:43 # 삭제 답글

    아........ 종이오리는 게 태양을 뜻하는 거였군요.. 몰랐네요
  • catinboo 2009/11/24 13:16 #

    포스팅 하기 전후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원작은 집요하게 태양의 의미를 되새기고...첫 사건의 통풍구가 영화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고....손예진이 회장이랑 맞는 차 사고는 원작에 없고...형사 아들 죽음도 원작에 없고...아무래도 원작을 정독을 해야겠어...
  • 나그네 2009/12/07 03:29 # 삭제 답글

    이 작품을 어제 보고왔는데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볼때 고수는 그냥 요한이 되어있던데요.
    눈빛과 몸짓 표정 그리고 내면의 연기.. 대사보다도 더한 그 모든걸로
    요한을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어서 감동받았습니다.
    영화화되면서 그림자인 요한을 형상화하기에
    적당한 대사량이었다고 보고..대사가 많이 주어져야만 연기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손예진의 미호도 괜찮았구요. 승조의 딸에게 나신으로 감정연기하던 씬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 catinboo 2009/12/10 22:36 #

    포스트에 쓴 대로 고수의 연기력 자체를 이야기한게 아닙니다.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캐릭터의 얄팍함이라는거죠. 서두에 말한대로 원작을 어느정도라도 본 사람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요한은 그렇게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죠.
    영화평에 있어 누구의 의견이 옳다 그르다 말하는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다는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제 포스트의 내용 말고 고수의 연기력 자체로 말하더라도 저는 좋았다는 말을 하기 어렵군요. 손예진도..의붓딸에게 말하는 씬을 말씀하셨는데 저에겐 굉장히 뜬금없었습니다. 평상시 모습속에 미묘하게 숨겨진 모습이 폭팔해야 하는데 그냥 생뚱맞았어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죠. 그 씬 자체의 연기력을 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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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 Amem Et Foveam

molto bene!

지금 몇시인데 이러고있니?

포스팅하기는 귀찮을때

슬슬 다시 기지개를 펼까?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