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신은 고양이의 잡동사니 창고

catinboo.egloos.com

방명록



제주올레 14코스 - 2. 14코스 중 저지리에서 월령까지 by catinboo

 여행. 물론 도착지를 목표로 가서 그곳에서 즐겁게 놀다오는것도 여행이겠죠. 하지만 길을 가는것 자체, 그것을 즐기면 여행의 범위가 갑자기 몇 배로 늘어난답니다. '도대체 뭐하러 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없는게 여행이에요. 길, 걸음 자체를 사랑하는 여행은 너무 행복합니다. 그래서 지리산 종주나 둘레길 혹은 올레길이 인기가 있는 것일거에요. 제주올레 14길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대전에 산답니다. 서울보다는 왠지 제주와 가깝게 느껴지죠. 그래서 조금 무모한 일정을 잡았어요.
 새벽 다섯시반에 지하철 첫차를 탔어요. 대전역까지 가서 시외버스 터미널행 버스를 탔죠. 고속터미널을 새로 지으면서 임시터미널이 있는건 아는데...버스 내리는문에는 분명 시외터미널이전이 1월 예정이라고 되어있었단말이죠. '예정'이라는 말을 잘받아들였어야 하는데...휴...대전이 뭐 그렇지..임시터미널에 갔더니 매표소는 있지만 영업을 안하더군요. 청주공항직행 출발은 6시35분. 뛰다시피 시외버스터미널에 갔더니 출발 5분전이었답니다. 차를 놓치지 않은게 좋은 징조인지 새벽 댓바람부터 근 20분을 뛰다시피 한것이 불길한 징조인지는 그 땐 몰랐어요.

 청주공항까지는 한 시간. 티켓팅하고 여덞시 반 비행기를 탔습니다.
 저가항공이 생겨 참 좋군요.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이스타를 탔는데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을 포함해서 45,400원이었어요. 전에 기차타고 목포에서 배타고 간 적이 있는데 그것보다 더 싼 가격에 금방 가니 이젠 제주도 부담없이 갈 만 한게죠.

 제주공항까지 한 시간. 공항 현관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보니 100번과 300번이 터미널로 가네요. 제주버스는 1,000원. 터미널로 갔습니다. 아...참 터미널이 초라하더군요. 어쨌든 시외버스는 도로별로 나뉘는데 목적지까지 표를 끊으면 몇 시 버스인지, 좌석번호 그런거 없이 그냥 타면 되더군요.

 저지리가 14코스의 출발지인데 제주올레 웹사이트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형-중산간 버스를 타면 저지리로 바로 간다고 나와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어요. 아홉시 반 차 뒤로는 오후 세시 반 차더군요. 그것이 안되면 서일주도로버스를 타라고 나왔더군요. 서일주버스로 신창까지 끊었습니다. 그리고 터미널의 허름한 국밥집에서 순대국밥 하나 먹었어요. 이 날의 처음이자 마지막 밥이었다죠...슬슬 불길한게죠.

 뭐 암튼. 11시 차를 탔어요. 버스표가 승객용이 따로 있지 않은것이라 기사분께 통째로 드렸죠. 목적지를 노트에 적어 놓았지만 배낭에 넣어버리고 머리속으로는 '신천'으로 입력...신창, 신천, 신창, 신천...젠장.

 약 한시간을 달려 신창에 도착했는데 당연히(!) 그냥 지나쳤답니다. 신창에서 '신창-모슬포 순환버스'를 타야하는데 멍하니 있자니 이번 정류장이 모슬포라는거에요. 퍼득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내렸습니다. (추가 요금을 냈어야...냈어야...하는건데...죄송) 동네분께 물어서 반대 정류장 찾아 다시 버스타고 신창-한경면사무소에 나렸어요. 시간은 벌써 오후 한 시. 

 편의점이 있더군요. 물이랑 건빵이랑 사서 한경면사무소 맞은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어요. 마을 할머니께서 오시더군요. 시골은 허물이 없어서 좋아요. 놀러왔냐고 물으시더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사투리! 제대로더군요. 신기한건 억양뿐 아니라 단어들도 낯선 굉장한 제주 사투리였는데 다 알아듣겠더라는게죠. 즐거웠어요.

 한 시 이십분. 순환 버스를 타고 저지리마을회관에 내리니 한 시 사십분이더군요. 긴 준비가 끝났어요. 사실 벌써 지쳐있었습니다. 전 날 세시간밖에 못 잔 수면시간. 새벽 네시 반부터 오후 한시까지의 부산스런 이동. 한 숨 돌리고 올레길 출발지에 서니 시간은 오후 두 시. 그냥 머리를 비우고 무작정 가기로 했습니다. 자 사진 스압 나갑니다.

 13코스 종착이자 14코스 출발 안내판. 이 파란색 안내판이 도착-출발지 안내판입니다. 그리고 길 바닥, 담벼락, 전봇대 등에 그려있는 파란색 화살표가 정방향, 노란색 화살표가 역방향이에요.
 제주라는 느낌이 나게 만드는 소철나무. 그리고 사방에 있던 억새. 갈대로 많이들 오해하시는데 늪지 근처에 갈대가 나고 보통 땅에는 억새가 납니다 .저지마을의 고즈넉한 길을 걸었습니다.
 돌을 쌓아 만든 제주 특유의 담벼락들. 꼼꼼하게 축대 쌓듯 돌 어귀를 맞춘게 아니라 이렇게 듬성듬성 올려놓은 분위기의 담들도 많았어요. 성긴듯 하면서 정겨운 모습이었습니다.
 올레길에 사진같은 표지판이 몇군데 있고 화살표는 갈림길마다 나옵니다. 간혹 나무나 전봇대에 파란색-노란색의 띠를 묶어 놓은 표시도 있어요. 처음 출발하고 한참은 이런 농촌길을 걷게 됩니다.
 동백꽃이 빨갛습니다. 날씨는 약간 흐린듯 했지만 걷기에는 참 좋았어요. 저지마을을 떠나 나눔허브제약을 지나면 숲길이 조금씩 나옵니다. 화살표는 아주 친절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살짝 헤멘적도 있지만 길을 걷는데 뭐 조금 돌아가면 어때요. 갈림길인데 아무것도 없다면 주의깊게 다시 한 번 살피고 그래도 없으면 다시 이전 화살표로 돌아가면 되요.
 이런 식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어요. 다른 용도의 화살표와 구분하기 위해서인지 멋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화살 머리 부분이 들입(入)자 모양으로 조금 삐쳐 있습니다. 귀엽더군요. 사진 멀리 보이는 나무판자는 거친 길 몇 군데에 놓여있어요.
 큰소낭 숲길을 비롯한 숲길을 지나면 다시 농촌마을입니다. 꽤 너른 밭들이 있어요.
 양배추인가요. 색감이 독특해서 무척 도드라져 보이더군요. 제주 풍광은 확실히 독특합니다. 육지의 논두렁을 대신하는듯 돌들을 쌓아 만든 야트막한 담이 땅을 구분합니다. 밭 가운데 이런 담으로 둘러친 묘지도 자주 보게 되구요. 검은 돌담으로 구획이 나뉘어 있고 논보다 밭이 많은 독특한 풍경이에요.
 그 사이 길을 걷습니다. 가끔 여행은 '나를 찾는...' '생각을 정리하는...'이런 표현을 하잖아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렇게 걷는 여행이라면 그냥 잊는 겁니다. 걷고 또 걷고 힘들고...잡생각이 나나요. 그냥 풍경을 느끼면서, 그냥 오감을 느끼면서 머리를 비우고 걷는거에요. 뚜벅뚜벅.
 하늘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른 점심밖에 안먹어서 힘은 점점 빠지는데 배는 안고프더군요. 다행이 집에서부터 싸온 미니 쵸코바가 있어서 하나씩 까먹으면서 그냥 걸었습니다.
 백년초는 정말 많이 봅니다. 분홍색 열매가 독특해요. 전에 제주 왔을때 백년초 초컬릿 먹어보았던 기억이 나더군요.
 지난 포스팅에도 썼지만 14코스는 길이 아주 다양합니다. 밭 사이로 난 길, 관목같은 작은 숲 사이길, 농촌 포장도로, 뒷동산을 오르내리는듯한 길. 돌밭길. 그리고 안에서 출발하는 길이나 월령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바다가 보이지 않아요. 다양한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월령숲길은 험한 산은 아니지만 꽤 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이에요. 제주는 확실히 남쪽이라 나무들도 여전히 푸르르고 길도 상쾌합니다.

 스압이 심하니까 세 번에 나누어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다음에 나머지 길과 월령포구. 바닷길을 올리죠. 그래도 아쉬우니 바다사진 하나 올리고 마칩니다. 설 기간 동안 인터넷이 안되는 곳에 가는지라 언제 뒷이야기를 할 지 기약이 없군요.그럼 이만 총총


제주올레14코스 여행기
제주올레 14코스 - 1. 일정 및 팁
http://catinboo.egloos.com/10409095

제주올레 14코스 - 3. 14코스 중 월령에서 금능등대 (스압)
http://catinboo.egloos.com/10413173

제주올레 14코스 - 4. 14코스 중 금능에서 종점까지 (스압)
http://catinboo.egloos.com/10415007


핑백

덧글

댓글 입력 영역



중얼거림

Ut Amem Et Foveam

molto bene!

지금 몇시인데 이러고있니?

포스팅하기는 귀찮을때

슬슬 다시 기지개를 펼까?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