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립합(Trip-Hop)Ⅰ-기원 : http://catinboo.egloos.com/10445526 에 이어서 :
브리스톨의 언더씬은 클럽보다는 사운드 시스템 위주였습니다. 사운드 시스템은 다른 말로 디스코 모빌이라고도 하는데 특정 클럽에 소속된것이 아니라 여러 DJ들이 팀을 짜서 파티에 동원되는것을 말하죠. 사운드 시스템은 정해진 레퍼토리와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힘든 클럽 DJ들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진보적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었구요 이들이 자기들 팀의 이름으로 음반을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매시브 어택의 음반에 레이블같은 이름으로 붙어있는 Wild Bunch가 이런 사운드 시스템의 이름입니다. 이 와일드 번치의 핵심멤버였던 3D-del naja(로버트 델 나자), Mushroom vowles(앤드류 보웰), Daddy g marchall(그랜트 마샬)이 매시브 어택을 결성한거죠. 이들은 1980년대 초에 이미 함께 활동하고 있었고 그 외 넬리 후퍼라는 뮤지션도 같이 작업했으나 87년 소울 투 소울이란 팀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위에 언급한 세 명은 1988년 사라 넬슨을 보컬로 참여시킨 싱글을 발매하면서 음반 데뷔를 합니다. 이 작업에는 3d의 친구였던 Tricky Kid(애드리안 사울스)도 참여를 하게되죠.
이 진영 그대로 1991년 마침내 정규앨범인 Blue Line이 나옵니다. 전편 포스트에서 언급한대로 테크노 전후로 융성한 일렉트로니카의 틀 안에 힙합비트를 받아들여 변용시키고 레어 그루브를 바탕으로 영국식의 소울이 결합된 새로운 장르나 선보이게 된겁니다. 이 앨범은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 평론가들로부터도 격찬을 받았는데요 음악잡지인 NME에서 뽑은 역대 가장 훌륭한 앨범 100선에 포함되기도 한 앨범입니다. 그 외 앨범이 발매된 해의 년말 결산에는 거의 모든 평론지에서 언급이 되기도 했구요.
매시브 어택은 정규멤버로 보컬을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놓는 앨범에 따라 게스트 보컬을 동원하는데요 자신들의 음악을 표현해줄 목소리를 찾는다고 해야 옳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 목소리에 느낌이 많이 달라집니다.
특히 매시브 어택의 모든 앨범에 참여하고 있는 호레이스 앤디(horace andy)는 이 데뷔앨범에서 이미 목소리를 선보이는데요 호레이스 앤디는 무명 뮤지션이 아니라 레게 보컬로 상당한 원로인 동시에 상당히 뛰어난 뮤지션입니다. 목소리가 정말 특이하죠. 처음에 듣자마자 신촌블루스의 봄비(신중현선생의 곡을 리메이크한)를 불렀던 박인수씨가 생각났어요.
어쨌든 이 앨범은 사라 넬슨 보컬의 Unfinished Sympathy가 히트까지 치고 이 노래는 90년대를 맞이하는 일렉트로니카의 송가라고까지 격찬을 받게 됩니다.

이제 꽤 유명밴드가 된 그들은 94년 두번재 앨범 Protection을 발매합니다. 이 사이에 변화가 일어나죠. 포티쉐드가 데뷔를 준비하다 같은 해 앨범을 내었고 1집에서 도와주던 트리키 키드가 뒤의 kid라는 말을 빼고 트리키란 이름으로 개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 앨범의 평은 미묘하게 갈립니다. 3집보다 낫다는 평도 있고 1, 3집 사이에 그저 무난한 정도라는 평도 있죠. 저도 사실 초창기 세 앨범 중에서는 제일 아래로 봅니다만 워낙 모든 앨범의 완성도가 좋아서 그렇지 나쁜 앨범은 아닙니다.
게스트 보컬로는 에브리씽 벗 더 걸(EBTG)의 멤버인 트레이시 쏜이 Protection을 노래했구요 니콜렛이라는 여자 보컬도 두 곡에서 매우 참신한 매력을 뽐냅니다. 사라 넬슨에 비해 트레이시 쏜은 소울적인 느낌에서 백인적인 느낌으로 많이 옮겨져 있는 편이지만 니콜렛은 거의 사라 넬슨만큼 흑인적인 느낌의 보컬이에요.
몇가지 트라비아를 드리면 두번째 트랙 Karmacoma를 들으시면 굉장히 익숙하실텐데요 왕가위 감독이 타락천사에서 거의 표절에 가깝게 만든 음악을 주제음악으로(보컬은 빼고) 삼았기 때문입니다.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영화의 크래딧에 매시브 어택이 정식으로 올라있지는 않아요. 아무튼 3D와 트리키의 낮고 우울하며 느릿하면서 엄청난 그루브가 풍기는 이 곡은 굉장히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앨범 크레딧의 프로듀스 앤 믹스드에 초창기 같이 음악했던 넬리 후퍼의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말많고 탈많지만 걸작인 Mezzanine이 98년에 나옵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가장 높은 트랙들이 실려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시브 어택의 활동에 발목을 잡은 앨범이기도 해요.
게스트 보컬은 콕토 트윈스의 엘리자베스 프레이저(Elizabeth Fraser)와 사라 제이 그리고 언제나처럼 호레이스 앤디입니다. 도대체 나빴던 게스트 보컬이 없고 어디서 이런 목소리들이 숨어있나 놀라게 만드는 매시브 어택이기도 하지만 Mezzanine에서 프레이저는 엄청난 세 개의 트랙을 선사합니다. 그중 Tear Drop은 엄청난 히트를 쳤고 단순한 판매량을 넘어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스쳐지나갔으며 심지어 드라마 하우스의 주제음악으로 (편곡된 곡이긴 하지만) 매 주 울려퍼지기도 했죠.
그리고 어머니 자궁 속의 태아가 입술을 움직이며 노래하는 뮤직비디오도 굉장한 화제였습니다. 다양한 화제를 부른 트랙인데 그런 음악 외적인것을 떠나 프레이저는 맑고 청아한듯 하면서도 묘하게 주술적인 느낌까지 주는 굉장한 보컬을 얹어 주었고 그 아래에 깔린 매시브 어택의 음악은 1, 2집에 비해 안주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접점까지 찾아나가는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었어요. 프레이저가 부른 또다른 트랙인 Black Milk는 개인적으로 티어 드롭만큼이나 좋아하는 곡인데요 1, 2집의 느낌에 더 가까운 음악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이 앨범으로 멤버들이 분열하기 시작했다는겁니다. 머쉬롬이 Mezzanine식의 음악이 싫다고 탈퇴해버린거죠. 그리고 음악적 견해차이는 아니라고 하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디g도 음악활동을 접습니다.
이미 상당한 거물이 (최소한 영국내에서는) 되어버린 매시브 어택은 맴버가 쪼개진 후 잡다한 소문들만 무성히 흘립니다. Mezzanine 다음 앨범으로 작업중이었다는 85트랙 10시간 불량의 음원이 백지화되었다거나 99년 작업한 음원을 2000년에 손질하고 있다고 했다가 다음해 여름에 발매한다고 했다가 01년엔 가을에 낸다고 했다가 02년 가을로 연기되는등 난산중의 난산이었죠.(100th window의 앨범 설명지에서 인용). 결국 홀로 작업하던 3D는 이 난리법석중에 03년 네번째 앨범을 냅니다.

3D가 만들고 노래까지 하고 아일랜드의 그 개성만점의 여가서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가 세 곡을, 호레이스 앤디가 두 곡을 부른 이 앨범은 평가하기 애매합니다. 매시브 어택의 음악인가? 아닐건 없죠. 하지만 나머지 두 맴버는? 분명히 참여하지 않았고 3D의 솔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적인 스타일은? 굉장히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이전 음악과 단절되었는가? 그건 아닙니다. 주변을 맴돌던 3D가 갑자기 주도권을 잡은건 아니고 항상 매시브 어택의 중추 중의 하나였으니까요.
메짜나인에 이어 영국차트에서는 거의 당연하게 1위에도 오르고 시네이드 오코너의 A Prater For England같은 매우 인상적인 트랙도 있고 Antistar같은 곡은 다른 앨범과 비교해도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잇을 정도이지만 뭔가 언벨런스한건 사실입니다. 힙합적인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는게 그 원인일테고 덥-레게도 미묘하게 담백해져 전반적인 인상이 매우 다릅니다.
하지만 길게 볼까요? 대디G가 다시 합류한 2010년 신보까지 이어서 생각하면 3D의 이 변화는 큰 흐름의 물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구태의연한 뮤지션이 아녜요. 20년을 울궈먹는 트립합이라면 의미가 없죠. 더군다나 음악적 진보의 소용돌이었던 일렉트로니카씬도 팝으로 바뀌었고 옛 음악은 말 그대로 옛 음악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변화는 당연한거죠.
100th Window건 신작이건 여전히 그들 특유의 트리피함은 건재합니다. 흑인 느낌의 그루브함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힙합비트는 여전하구요. 거기에 이제는 달인급이 되어버린 샘플링 기술은 여전합니다. 단지 덥적인 요소는 많이 줄이고 흑인음악 스타일의 랩도 상당부분 걷어내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대신 새로운 느낌의 선율(동양적이라거나 중세적인 느낌이라거나)에 대한 탐색을 많이 시도하였고 이 작업의 결과와 대디g의 합류가 초창기 앨범과는 확실히 다른 신보로 드러난 것이구요.
매시브 어택의 신보건 포티쉐드의 신보건 90년대 그들 음악의 유사반복이었다면 사실 더 실망했을거에요. 그루브함과 우울함이라는 모순된 결합 혹은 내츄럴하고 소울적인 보컬(멜로디)와 일렉트로니카와의 화학적 융합이라는 이디움의 유지만으로 충분합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말했듯 그 자체만으로도 이들의 유니크함은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이들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환갑 노친네들의 쥬다스 프리스트가 여전히 활동하듯 계속 좋은 음악을 건네주었으면 합니다. 다음 포스트에 이어서 쓰도록 하죠.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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