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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합(Trip-Hop)Ⅲ - Portishead 탄생 by catinboo

                               포티쉐드의 보컬 베쓰 기본스
트립합(Trip-Hop)Ⅰ - 기원  http://catinboo.egloos.com/10445526
트립합(Trip-Hop)Ⅱ - Massive Attack  http://catinboo.egloos.com/10450391

 트립합 혹은 브리스톨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세번째입니다.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포티쉐드입니다. 어떻게 보면 포티쉐드를 언급하기 위해 브리스톨사운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일 수도 있어요. 
 
 포티쉐드는 1991년 브리스톨에서 결성됩니다. 시작은 제프 배로우 (Geoff Barrow)에서 시작됩니다. 심지어 이 밴드의 이름이 제프 배로우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브리스톨 해협의 작은 마을 이름이니까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기 위해 브리스톨로 간 배로우는 인디밴드에서 드럼을 치고 주말에는 클럽에서 디징(DJing)을 하면서 음악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저런 자료를 통해 말하길 16세때부터 아프리카 밤바타를 시작으로 아메리칸 힙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브리스톨의 음악적 토양에서 10대 후반을 보냈고 디제이까지 했으니 이미 트립합의 토양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놓은 상태였겠죠.

 그는 18세때 코치하우스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이런저런 잡무를 보게되요. 단순한 심부름을 하는 티보이(Teaboy)을 시작으로 데모작업이나 리믹스 등의 음악작업도 하였다고 합니다. 이 코치하우스 스튜디오에서 매시브 어택이 작업을 했고 또 배로우는 트리키의 작업을 도와주기도 했다니 이렇게든 저렇게든 브리스톨 사운드의 주요인물이 여기서 모두 만났었던 셈이죠. 이런 저런 작업을 하던 그는 자신의 음악을 만들려고 구직센터를 통해 소개받은 보컬을 만나게 된답니다. 그녀가 바로 베쓰 기본스(Beth Gibbons)였고 그것이 91년 포티쉐드의 시작이 된거죠.

 둘이 작업을 하면서 포티쉐드 음악의 근간을 마련하던 중 재즈기타리스트로 일하던 애드리언 어틀리(Adrian Urley)를 영입하게 됩니다. 어틀리는 배로우보다 열다섯살이나 많다고 해요. 언급한대로 프로기타리스트였는데 스크래칭등의 사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배로우의 도움을 받았는데 어틀리가 주는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고 또 힙합 혹은 일렉트로니카음악에 실제 연주되는 기타가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기때문에 독특한 사운드에 대한 욕심으로도 어틀리를 영입하게 되었다는군요.

 이들 음악작업은 매우 독특합니다. 특히 2집의 Portishead에서의 이야기입니다만 샘플링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것이 첫번째에요. 하지만 락밴드같은 실제 연주의 레코딩은 아니고 배로우의 프로그래밍과 디징에 의해 곡이 만들어지죠. 어떤 식이냐 하면 자신들이 직접 작곡한 곡을 연주인들이 연주해서 비닐(LP판)에 녹음을 하고, 그 비닐로 루핑을 만들거나 턴테이블에 걸어서 음악을 만드는 식입니다. 다른 힙합 혹은 샘플링의 영향하에 있는 뮤지션들과는 기본부터 상당히 다른 방법입니다. 

 두번째는 가사는 보컬인 베쓰 기본스가  전담한다는것입니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점입니다. 그 가사와 기본스의 목소리가 포티쉐드를 포티쉐드답게 만다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죠. 물론 사운드와 가사가 한 쪽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수준의 음악인들이 아니긴 합니다만 이 둘의 상호작용은 정말로 강력합니다. 가장 트리피한 혹은 가장 우울한 음악이 포티쉐드라면 그 가사가 사운드의 멜랑꼴리를 백퍼센트 증폭시키니까 말이죠. 한없이 절망적이고 건조하며 우울하게 말이죠. 동시에 아주 탐미적입니다.
 사운드 자체도 매우 독특합니다. 이전 포스트에 언급한 트립합의 특징은 물론 모두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가령 매시브 어택과 비교하자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힙합적인 그루브감을 가진 매시브 어택에 비해 포티쉐드는 비트가 느리고 툭툭 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이어도 굉장히 두꺼워서 기본 비트 외에 다양한 소리들이 덧입혀져 있구요. 심지어 영화등에서 샘플링한 대사나 효과음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힙합적인 비트를 가지고 있는 트립합 밴드이면서도 랩이 없다는 점이죠. 매시브 어택이나 트리키와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입니다. 베쓰 기본스는 랩을 하지 않아요. 또 매시브 어택이 매우 소울풍한 선율을 가지고 있다면 기본스가 부르는 노래는 훨씬 더 백인적입니다.

 그렇기때문에 포티쉐드는 트립합(어쨌든 힙합이라는 이름이 섞여있는)밴드라기 보다 브리스톨 사운드라는 큰 영역 안에서만 묶인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 포티쉐드는 포티쉐드만의 음악을 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한 B급 스파이 영화의 영화음악같은 느낌이 두드러지게 깔려있기도 하고(실제 필름 작업도 했습니다.) 심지어 테레민같은 악기를 사용한 사운드도 쓰니까 말이죠.

 결국 이 유니크함이 그들을 전설로 만들었습니다. 94년 데뷔앨범 Dummy와 07년 Portishead 단 두 장의 앨범으로 말이죠. 그리고 98년 Roseland NYC Live 이라는 라이브 앨범만 남긴채 말이죠. 매시브 어택의 포스팅에서도 말했듯 이 두 트립합의 거장은 너무나 독특하기 때문에 스스로 탄생하고 스스로 완결지은 뮤지션들입니다. 다른 트립합의 이름안에 끼어든 음악인들도 이들의 음악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죠. 합힙적인 경향이 강했기때문에 유사한 밴드들이 어느정도는 만들어진 매시브 어택에 비해 포티쉐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흑백의 호러 혹은 스파이 영화 사운드트랙같은 느낌과 힙합적인 비트와 스크래치가 건조하고 우울한 여성보컬의 소울같으면서도 딱히 정의내리기 어려운 선율과 만난 일렉트로니카를 어디서 만날 수 있겠어요.

 포티쉐드도 매시브 어택도 테크노를 필두로 한 레이브 클럽의 소비적인 음악으로 음악판이 바뀌고 주류음악은 브릿팝을 필두로한 (영국내뿐 아니라 미국이든 어디든) 팝적인 노래들로 채워지면서 조용히 잠수를 합니다. 애당초 그들은 팝스타가 될 생각조차 없었을거에요. 여전히 남아있는 소수의 마니아와 진지하게 새 음반을 기달리는 팬들만이 그들을 조응할 뿐이었겠죠.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2000년대 말이되자 두 밴드는 신보를 내놓았어요. 포티쉐드는 2008년 Third를 내놓았고 매시브 어택은 2010년 Heligoland 를 내놓았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특히 포티쉐드는 새 앨범으로 또한번 쇼크를 주었습니다. 그들의 Dummy앨범이 새로운 음악을 내놓은 충격이었다면 Third는 기대를 보기좋게 차버리면서 동시에 그들의 진화가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케 하는 충격입니다. 더불어 포티쉐드가 새 앨범을 정식 발매하기 일주일 전에 last.fm이라는 라디오방송에서 라이브를 했는데 24시간동안 32만 7천명이 청취를 하고 웹사이트에는 2천5백만명 가량의 유저들이 방문하였다고 하는군요. (위키백과 참고) 10년만에 새 앨범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잠재적 팬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셈입니다.

 국내발매앨범의 부클릿에 못(mot)의 기타 지이가 썼듯 그들의 새 앨범은 10년만에 나온 음반이 아니라 10년이 걸린 음반인 것일까요. 다음 포스팅에 그들의 네 앨범에 대해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덧글

  • 클라삥 2010/04/11 09:30 # 답글

    워낙 앨범이 귀하다보니 베스 기븐스가 프로젝트 활동도 계속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인데...out of season 이후로는 소식이 없네요...;_;
  • 소무 2010/04/14 15:31 # 삭제 답글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글도 기대됩니다.
  • catinboo 2010/04/14 17:05 # 답글

    덧글이 안달릴 포스트 같았는데 두 분이나 달아주셨네요^^
    베쓰 기본스의 목소리는 포티쉐드에서 빛을 발하는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에 맞는 음악을 다른 프로듀서가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아쉽습니다.
    글을 쓰면서 다시 꺼내 듣고 있는데...역시 좋군요. 여전히...하아..
  • 해코 2010/04/15 02:13 # 삭제 답글

    오늘 우연히 포티쉐드를 알게되고, 또 정말 우연히 포티쉐드의 노래를 듣게 돼서 이리저리 찾다가 이런 자세하고 친절한 글을 발견했네요. 올려놓으신 Road를 들으며 읽었는데 왜이렇게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모르겠네요..ㅠㅠ..무튼 포티쉐드를 선물받은 것 같은 기분에 덧글 남기고 갑니다^^
  • catinboo 2010/04/15 14:56 #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겠지만 뛰어난 음악인건 포티쉐드를 싫어하는 사람도 부정하긴 어려울거에요. 거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말 그대로 가슴을 휘어잡기때문에 헤어나오지 못하고...정말 좋죠?

    너무 빠지진 마세요. 일상도 우울해져요ㅋㅋ 항상 기본스가 옆에서 속삭이는것 같아져요ㅋ
  • 흠흠 2010/04/28 10:29 # 삭제 답글

    글 잘 읽고 갑니다
    타 지역에 자취생활한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쯤 포티쉐드를 알게 되었죠
    집 주변은 유흥가의 중심이었구요
    도시의 우울은 제가 다 먹고 있는 느낌이었죠
    전 원래 우울한 녀석이었나봐요 ㅋ
    이 음악을 들으면서 오히려 힘을 냈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 catinboo 2010/04/28 10:56 #

    그게 우울한 노래의 매력일겁니다. 음악 들을때는 파아악...가라앉아도 으쌰 하고 일어서면 오히려 개운하고 힘이나기도 하죠.
    단지 지나치게 빠져들면...인생 자체가 우울해지지만 ㅋㅋ
  • 데모니슈 2010/06/25 15:28 # 삭제 답글

    정말 잘 정리해주셨네요.
    읽다보니 끝까지 읽게되었다는.... 저는 포티쉐드를 잘은 모르지만, 'roads'를 들은 이후부터 간간히 살짝씩 빠져들려하는 중이죠.
    가사를 베쓰기븐스가 전담하는 건 신선하네요.
    매시브어택도 그렇고, 트립합은 정말 몽환적이면서도 매력있는 음악같아요. 개인적으론 랩도 있고, 비트감이 더 두드러지는 매시브어택이 더 좋지만요.
    라디오듣다가 DJ가 음악에도 올림픽이 있다면, 우울한 노래분야에선 포티쉐드가 금메달감이라고 했던 걸 듣고 웃겼는데,
    그전까지 우울한 음악이란 생각도 없이 아무 생각없이 들었던 저는...;;
    어찌보면, 우울하다는 건 진지하단 게 아닐까 싶기도... 생각이 없으면 훨씬 뭐든지 밝게 할 수 있는데.^^*
  • catinboo 2010/06/26 21:14 #

    roads 정말 좋죠. 명앨범중의 명곡.
    밝은 노래도 좋죠. 하지만 사람 감정이 항상 일정하지 않듯 음악도 이런 음악, 저런 음악이 있는게 좋은것 같아요. 우울한 노래는 곧 우울함을 치유해주는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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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림

Ut Amem Et Foveam

molto bene!

지금 몇시인데 이러고있니?

포스팅하기는 귀찮을때

슬슬 다시 기지개를 펼까?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