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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짙은 - Wonderland by catinboo


 짙은의 새 앨범 Wonderland입니다. 여덟곡밖에 실려있디 않으니 EP로 구분해야할지 정규앨범으로 넣어야할지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일단 2집이라고 하죠.

 짙은의 1집은 데뷔앨범이란것까지 생각해보면 상당히 좋은 앨범이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듯한 새로운 음악을 하는 팀은 아닙니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좋은 앨범 혹은 좋은 데뷔라고 할 수는 없죠. 모던락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혹은 선배 인디 밴드들이나 저멀리 유앤미블루 등의 음악적 테두리 안에서 계승되온 일련의 흐름을 충실하게 그리고 수준높게 잇는 앨범이라면 의미 자체로도 좋은 앨범일겝니다. 거기에 이런 값어치를 생각치 않더라도 노래 자체가 좋으니 더 할 나위 없구요.

 여기서 잠깐 생각할게 있습니다. 모던락을 영역이 무척 큽니다. 솔직히 모던락은 하나의 뚜렷한 음악적 양식의 일컫음이라기보단 다양한 경향의 통칭에 가까우니까요. 그러니때문에 오아시스나 뮤즈를 생각하다가 킨(Kearn)이나 아르코(arco) 혹은 막시밀리언 헤커를 들으면 그냥 팝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모던락이라고 부르자니 언짢고 그렇죠.

 짙은이 그렇습니다. 두 명의 맴버가 있지만 기타위주의 밴드성향의 락은 아니지요. 피아노도 많이 쓰고 두드러지게 첼로도 선호합니다. 노래는 발라딕하고 미디움템포들이며 감성적입니다. 모던락밴드라고 하는 델리 스파이스나 언니네 이발관에 비하자면 강렬하기보단 섬세하단 의미에선 유사하지만 (일렉)기타의 주도권이 있고 없음만으로도 큰 차이가 있죠.

 이 이야기가 왜 필요한가 하면 짙은을 굳이 장르적 구분을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전형적인 '모던락밴드'라는 구분때문에 관심을 안가진 분이 계시다면 들어보시라는 것이고 동시에 그 구분때문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킨이나 아르코를 떠올리시면서 접근하시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관대 이 2집 앨범도 상당히 좋습니다. 아마 후회 없으실거라 생각합니다. 단지 위의 언급과 상관없으신분이라면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2집은 1집보다 좀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특히 초반의 두 트랙인 Feel Alright나 TV Show는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거의 포크적인 곡이에요. 물론 곡 자체는 상당히 근사하지만 1집을 기대하신 분에겐 처음 초반이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정도로 잔잔하고 편안한 노래니까요. 그러다가 세번째 트랙 December부터 조금씩 코러스부터 강렬해지기 시작하지만 급격한 변화나 도드라지게 볼륨이 높아지는 곡은 없습니다. 1집 셀프타이틀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곁에'정도로 비상하는 느낌을 가지는 곡은 없습니다.

 짙은의 의도가 무엇일까요. 물론 앨범 자체만 놓고 볼 때 상당히 좋지만 1집에서 보여주었던 그들의 음악에서 일부분만 강화시킨 느낌이라면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P성격으로 만든 것인지 앞으로 그들의 지향을 드러낸 것인지에 따라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달라지니까요. 노래 목소리인 성용욱의 건강이 매우 않좋아 작업이 늦춰졌었다던데 그 여파일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짙은은 독특한 요구를 느끼게 하는 밴드가 되었습니다. 1집을 듣고는 아 이들의 다음 음악을 꼭 듣고 싶다는 흔치않은 기대를 하였고 2집을 들으니 이 사람들이 3집은 어떻게 낼 것인가 또 궁금해졌습니다. 그것도 소포모어 징크스에 걸린 상태에서 일말의 희망으로 3집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기대감속에서 말이죠.

 몇가지 말을 붙이자면 우리 나라에서 재즈를 제외하고는 주류, 비주류를 통틀어 이 정도로 피아노를 적절하게 잘 쓰는 음악인은 잘 보지 못했어요. 화려한 연주가 들어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음색이나 효율적인 반주라는 의미에서입니다. 발라드도 일렉트로니카의 영향과 R&B의 영향을 무분별하게 받아 많이 변색되었죠. 혹은 욕심에 오케스트레이션의 화려함을 주로 동원하고...짙은의, 특히 2집에서는 피아노와 첼로 소리가 아주 근사하게 어우러진 음악을 들으실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윤형로와 성용욱이라는 두 멤버 모두가 작편곡하고 연주를 하지만 목소리는 성용욱 혼자의 것입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이 목소리는 정말 빠져들 수 밖에 없더군요. 백이면 백 모두 인정하는 미성이나 화려함은 아니지만 정말 매력적이고 좋은 음색이고 노래입니다. 성향은 다르지만 김동률 이후로 이렇게 '좋다'라고 느낀 목소리는 없었어요. 물론 R&B적으로 화려하게 부르는 가수들과 동일선상에서 이야기하는건 아닙니다. 나얼이나 정엽도 그렇고 뛰어난 보컬은 많죠. 아무튼 여러모로 매력있는 밴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한 번 들어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팀입니다. 그럼 이만 총총


덧글

  • JoysTiq 2010/09/17 00:55 # 답글

    저도 짙은의 이번 앨범을 들었습니다만 그냥 말랑한 모던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리뷰에서 여러가지를 알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지금처럼 선선한 가을에 듣기 딱 좋은 음반이죠. ㅎㅎ
  • catinboo 2010/09/18 22:06 #

    예. 계절에 딱 맞게 잘 나왔죠. 그리고 말랑하지만 말랑하지만은 않은...좋은 노래들입니다. 1, 2집 모두요^^
  • chu 2010/09/17 13:19 # 삭제 답글

    아, BML때 새앨범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이제야 나왔군요. 성용욱의 음성은 저도 동감입니다, 건강이 매우 나쁘다니 걱정되는군요. 새앨범도 얼른 듣고 싶네요.
  • catinboo 2010/09/18 22:06 #

    참 매력있죠. 2집 녹음하기 전에 어느정도 회복햇다고 하던데 아이돌도 아니고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습니다만 활발한 활동 기대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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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림

Ut Amem Et Foveam

molto bene!

지금 몇시인데 이러고있니?

포스팅하기는 귀찮을때

슬슬 다시 기지개를 펼까?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잖아.